[오이카게] 환영의 편린 1


"너는 어디에 있어."


보지 못한 연인아, 어디에서 숨을 쉬고 있긴 한 것이냐.


오이카와 토오루는 눈을 질끈 감았다. 성조차 모르는 사람. 그저 살아가는 나의 삶 속에서 너란 존재는 꿈이었고 목표였노라, 고 오이카와는 중얼거렸다.


꿈? 꿈일까.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꿈이 맞을까. 그의 머릿 속에 든 것이 진짜로 '자신'의 것이 맞을까. 그렇다고 생각해도 되는 것일까. 오이카와는 그 '꿈'을 계속하여 꾸던 어느날 아침, 자신의 심장이 뛰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런 생각을 했다. 이것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면,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은 무엇일까.


아, 아름다운 사람.


오이카와는, 꿈 속에서 나타나는 검은 머리의 소년을 사랑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던 꿈일까. 오이카와가 얻는 암흑의 시간 속에서 시작된 꿈이었다. 그것은 선명하기만 하며 암흑의 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는 전혀 믿을 수 없었다. 


꿈은 처음에 자신과 소년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었다. 둘은 꼭 붙어다니는 친한 형동생의 관계쯤 되었을까. 그리고 둘의 복장은 아주 옛날, 자신이 읽었던 고전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둘은 자라났다. 자라나고 둘다 그나름의 꽃을 피워냈다.


그리고 오이와는, 자신을 향해 꼭 포옹하는 토비오의 꿈을 꾸었다. 토비오, 나는 너를.


그러나 그것은, 꿈이었다. 허상이었다. 실제가 아니었다. 오이카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따금 오이카와는 꿈에 몰입하다가도 어느순간 현실 세계의 인격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 허상 속 소년을 향해 뛰는 심장이 진정 자신의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곧 절망에 빠져버렸다. 그런 인격의 상태로는 그런 희망차고 숨쉬는 꿈을 부지할 수 없어, 오이카와는 첫 눈물방울을 흘리는 순간 아침햇살을 맞이했다.


아아, 또 아침을 맞이해버렸구나.


오이카와는 휴일인데도 이렇게 일찍 눈을 떠버린 자신을 원망했다. 소년이 자신을 향해 포옹해 왔는데, 나는 어째서 깨어나버린 건가. 그러나 다시 잠을 청한다 하더라도 꿈은 꿀 수 없을 것임을 이미 잘 알고 있었기에 오이카와는 자리를 털고 이불을 개었다. 바야흐로 하루의 시작이었다.


"꿈은 무의식의 발현...."


어느 과목이었지, 지루해하며 졸던 오이카와는 그 대목에서 눈을 바로 떴다. ...아. 그리고는 하나의 감탄사를 내뱉었지. 오이카와는 더 이상 졸지 못했다.


그 소년과의 과거 이야기가, 옛날에 들어본 이야기 중 하나일까. 아니면 사실 자신이 꿈꾸는 이상형이 사실은 검은 머리의 살짝 날카로운 눈매의 짙푸른 눈동자의 남자였던가. 음, 그런 꿈을 내가 갖고 있던 것일까. 오이카와는 간만에 진지한 고민을 했다.


그래, 이 꿈은 내가 꾸고 싶은 판타지 로맨스 영화쯤 되는 건가보다, 내 뇌는 주인말을 잘 들어서 주인의 취향을 완벽히 파악하고 밤마다 상영해주나보지. 그러니까, 현실 세계에서 영향을 주는 건 지양하자.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저 이상형일 뿐이라고, 이따금 로맨스 영화를 보며 떠는 것과 같은 이치일 뿐이라고.


그렇게, 오이카와가 다짐한 다음날의 일이었다.


오이카와는 꿈 속의 소년과 똑 닮은 남자를 만났다. 아니, 스쳐지나갔다. 순간의 일이었다. 뒤늦게 눈이 커져 쫓아가보았으나, 이미 늦어버렸다.


'그렇지만, 분명 토비오였어.'


오이카와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이카와 인생의 '꿈'을, 작은 편린이나마 붙잡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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