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오키] 고르지 못한
*긴히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키타의 짝사랑입니다.
*이글은 결(@ clausemoon69)님의 요청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언제나 같은 날이었다. 오키타는 오늘은 혼자 순찰을 돌았고, 그럴 때 긴토키를 마주치는 것쯤은 일상에 속한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키타는 일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며 긴토키를 향해 걸어갔다. 이것은 특별한 게 아니라, 원래 그래도 되는 거야. 어느 순간부터 오키타는 그렇게 자신에게 끊임없이 속삭여야만 그에게 발걸음을 편히 내딛을 수 있었다. 그러던 오키타의 발걸음이, 어느 순간 멈췄다.

"오키타 군?"

아, 오늘은 여느 때 같은 날은 아니였나보다. 오키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이었던 것이다, 긴토키가 그를 제대로 부른 것은. 그전까지 소이치로군이라거나, 뭐 그런 걸로만 주구장창 불렸던 그였다. 오키타가 몇 번을 바로 불러 달라 했는데도 긴토키는 못 알아들은 척만 할 뿐이었다. 그런데, 그저 일상에 불과한 이날에 어째서. 오키타는 그가 자신을 제대로 불러주는 날을 가끔 상상해봤다. 물론 그것은 일상에 속한 이야기가 아니었고, 꽤나 드라마틱한 상상으로 가득차서 오키타는 '아, 가망 없군.' 하고 결론을 내려버렸었는데. 왜 당신은 어째서. 오키타는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면서, 지금 긴토키에게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아무래도 형편없을 것 같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얼굴이란 꼴사나운 법이었다.

그것, 그 몇 마디 빼고는 뭔가 달라진 게 없는 날이었다. 그렇지만 오키타에게는 그렇지 못했다. 그 몇 마디가 그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헛된 희망이 멋대로 부풀어 올랐다. 그렇지만 정작 그 상대인 긴토키는, 여느 날과 다름없이 파르페를 먹고 있었다. 불공평하다. 오키타는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당신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고민하고 기분이 날뛰어야하며 이렇게 머릿속이 아프고 얼빠진 표정이 되어버리는데 당신은 왜 그렇지 않은 거야. 오키타는 그 말을 입으로 삼켰다.

"근데,"

오키타는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일단 맘을 좀 가라앉히고……. 라고 생각한 순간, 오키타는 차갑게 가슴이 내려앉았다. 긴토키는 히지카타의 안위에 대해 물어오고 있었다. 오키타는 이를 악물며, 그 자식 죽었어요, 라고 속삭였다. 가슴을 가라앉히던 냉기는 갑자기 불이 되어 타올랐다. 긴토키는 그 대답에도 별 아랑곳하지 않고, 요즘 못 봐서 말이야-라며 대꾸했다. 죽었다니까요, 오키타는 고개를 숙이며, 입술을 꾹꾹 눌러 씹었다.

당신은 나에게 헛된 희망을 아무렇지 않게 심어주고, 그걸 철저히 짓밟는다. 오키타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긴토키의 의아한 시선이 그에게 닿았다. 오키타는 어떤 말을 하고 이 자릴 떠나야할까, 하다가 그 눈과 마주쳤다. 아, 오키타는 자리에 다시 앉았다. 오래 앉아있으니 다리가 아파서요, 같은 같잖은 변명까지 붙였다. 오키타는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했다. 사랑의 빠진 남자는 멍청한 짓을 하기도 하는 법이었다.

둔영으로 돌아왔을 때, 지금 오키타의 저주를 가득 받는 상대는 이미 와있었다. 오키타는 물론 항상 그를 저주했지만, 지금은 특히 그를 더 저주했다. 요즘 그는 좀 일이 있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일찍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런 히지카타는 언제나 같이 담배를 피우며, 돌아온 오키타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것쯤은 가볍게 무시해버리려던 오키타에게 그 다음에 이어지는 말은 그가 히지카타를 더욱 더 저주하게 만들었다. 그는 해결사의 안위를 물어왔던 것이다. 아, 웃기지도 않아. 오키타는 이를 살짝 갈며 그에게 긴토키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아, 그러냐. 다음에 보면 안부 좀 전해달라고."

히지카타는 오키타의 거짓말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이고 당부했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담배를 태운다. 정말로,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오키타는 히지카타를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이게 질투인가. 추악하고 질척거리는 그 감정이던가. 오키타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그가 죽어버리기를 간절히 빌었다. 그리고 긴토키를 떠올렸다. 아,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다는 게 어떤 건지 당신이 알아줬으면 좋겠어. 이 자식이 죽어버리면 되는 걸까. 히지카타는 그가 그렇게 저주받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그저 담배를 피우며 자리를 떴다. 다들 아무렇지 않은데 오키타만 그렇지 않았다. 답이 돌아오지 않는 감정은 그저 커지기만 했다.

왜 이렇게 불공평한 걸까.

오키타는 자신만 홀로 남은 공간에서, 두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그가 홀로 남은 방은 적막으로 가득 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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