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는 답장이 없다. 그가 보내줄 문자를 기다리며 창가에 선 카게야마는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하얀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세계는 고요하다. 카게야마는 다시 시선을 돌려 자신이 쥐고 있는 휴대폰을 바라봤다. 어떤 알림도 오지 않은 채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카게야마는 휴대폰의 화면을 켰다. 오이카와상, 이라 저장된 번호에 주고받은 수많은 문자들이 있었다. 그것은 카게야마의 끈질긴 성정으로 시작되었고, 이제는 제법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카게야마는 그것으로 만족했다.
곧 그가 다니는 대학에 갈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이 보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
사실, 카게야마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 짝사랑이 이루어질 거라는 기대 따위는 한번도 한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가까운 사이라도 되고싶어, 카게야마는 그런 마음으로 일방적으로 연락을 시작했다. 그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카게야마는 지금도 기다리고 있었다. 대충 토비오쨩의 꿈 속이라니- 기분 나빠, 라는 실은 전혀 기분 나빠 보이지 않는 답이 오려나. 카게야마는 이제 답장의 내용을 예상하며 그 기다림을 메우고 있었다. 창 밖에 시선을 둔채로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이런 문자에는 어떻게 답을 해주시려나, 그렇게 카게야마는 기다렸다. 휴대폰을 오른손에 꽉 쥔 채로, 막 내리기 시작하던 눈발이 점점 굵어져 세상을 하얗게 덮을 때까지. 그러나 답은 오지 않았다. 그날 온 눈이 녹아내리고 또 다시 눈이 올 때까지도 오이카와에게서는 답은 오지 않았다.
-선배, 무슨 일 있으신가요?
-선배 혹시 저한테 기분이 상하셨나요,
-전화도 안 받으시고 괜찮으신가요?
카게야마는 몇날며칠 하염없이 울리지 않는 알림만을 기다렸다. 그러면서 괜찮지 않다는 답을 기다렸다. 그렇게 선배를 걱정해주고, 자신은 상처받고 싶지 않아했다. 그러나 괜찮다는 답조차도 오지 않았다. 카게야마는 슬퍼했다. 그의 꿈을 꼭 선배에게 얘기 해주고 싶었는데.
어느날 카게야마는 오이카와가 자신 앞에 환한 얼굴로 나타나는 꿈을 꾸었다. 그것은 너무 생생해서 죽어도 깨고 싶지 않은 꿈이었다.
-선배, 꿈을 꿨어요.
그러나 이번에는 답장은 오지않았다. 카게야마는 기약없는 연락에 목을 메고 있었다. 그리고 점점 지쳐갔다. 답장 없이 자신이 보낸 문자들만 빼곡한 문자 메시지 창.
-저 또 선배 꿈을 꿨어요.
-꿈속에서 선배는 아미 죽어있었어요. 저는 엄청 울었어요.
-선배, 살아계시죠?
그러나 답은 오지 않는다. 이제는 그런 기다림에 무뎌진 듯헌 카게야마는 열차표를 한장 끊었다. 도쿄행 열차였다. 이제 눈이 녹아 비가 오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열차 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오이카와를 생각했다.
-선배, 저 선배를 보러왔어요.
-어디신지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보고싶어요.
답은 여전히 오지 않았다.
카게야마가 오이카와를 찾은 것은 이틀날 저녁 해가 져가는 무렵이었다. 잭빛 구름에 가려 노을이라고는 보이지 않는 황혼의 시간에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마주했다.
"선배가 너무 보고싶었어요."
카게야마는 얼굴을 가렸다. 그 큰손으로 그의 얼굴을 가리고 눈을 가렸다.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 없었다.
"제가 선배한테 말해주고 싶은 꿈이 있었어요. 만나면 정말 길게 얘기해주고 싶었어요. 선배와 함께 도쿄에서 살아가며 즐겁게 지내는 그런 꿈이었거든요. 그 꿈이 너무 생생해서, 저는 꼭 그 꿈이 더이상 꿈이 아니게 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어요."
카게야마는 한 손을 내렸다. 그리고 남은 손으로 눈가를 가렸다.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근데 그건 그저 꿈이었네요."
카게야마가 바라보는 오이카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카게야마는 내렸던 손을 들어 그 얼굴에 뻗었다. 그러나 액자 안에 갇힌 그 얼굴의 촉감은 차가울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