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찾지 않는 새벽
인간 오이카와 × 밤의 신 카게야먀

새까만 어둠을 담은 머리카락, 푸른 빛을 띠는 짙은 눈, 달빛의 색과 같은 하얀 피부. 신은 그 존재를 카게야마라고 이름을 붙였다.카게야마는 밤을 담은 존재였다. 신은 그를 다 만든 뒤 속삭였다. 

"너는 어둠이라, 밤을 지켜야한단다."

카게야마는 밤의 수호자였다. 그는 낮이 잦아들기 시작할 무렵의 땅에 어둠을 뿌렸다. 그리고 어둠으로 물들어가는 세계를 지켜보며 밤에 일어나는 모든 일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세상의 밝은 빛에 가려진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거나 이따금 누려야할 밤을 누리지 못하는 이에게 밤을 선물해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어둠이 모든 것을 덮어버리면 새까만 밤 속에서 아무도 보지 못할것이라고 여긴 이들이 행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이따금 어둠 속에서 벌어지는 일에 손을 쓰기도 했지만 보통 카게야마는 그것을 그져, 보고 듣기만 했다. 그리고는 낮이 찾아오기 시작할 무렵 어둠은 잦아들기 시작하고, 카게야마는 어둠을 수거하고 낮이 잦아들기 시작한 다른 곳에 그것을 뿌리러 떠났다. 그것은 철저히 혼자 행하는 것이었고 카게야마는 그것에 대해 일절 의문을 품은 적이 없었다.

그러던 카게야마는 어느날 아름다운 존재를 발견했다. 젊은 남자였다. 카게야마는 밤이 찾아온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존재할 수 있는 존재였지만, 그를 발견한 뒤로는 언제나 그 곁에 머물렀다. 그것은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었을려나, 왜냐하면 신의 존재라는 것은 생각보다 진한 향기를 풍기기 때문에, 그것은 그곳에 진한 어둠과 밤의 향기를 남기는 것이었다. 결국 그 아름다운 존재는 밤의 신을 알아차렸다.

"당신은 누구야?"

아름다운 이는 그렇게 물었다. 카게야마는 자신이 밤의 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혀 놀라는 기색이 없었다. 대단한 존재네, 그렇게 말하며 태연히 반응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믿지 않는다는 기색은 아니었다.

"나는 오이카와 토오루. 그럼 신님, 당신의 이름은 뭐야?"
"카게야마."
"당신에게는 이름이 없어?"

신은 의아했다. 카게야마를 이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걸까. 오이카와는 그런 표정의 카게야마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외에도 오이카와는 많은 것을 물어왔다. 카게야마는 그것을 거절하는 법을 몰랐다. 오이카와는 자신의 방 베란다 난간에 기대어 카게야마를 바라보았고 카게야마는 어둠 속에서 그런 그를 바라보면서. 그렇게 밤은 지나갔고, 밤이 잦아들기 시작했다. 동이 트고 있었다.

카게야마는 이제 떠나야했다. 오이카와는 작별인사를 건내는 카게야마를 빤히 바라봤다. 또 올거지, 카게야마는 그런 물음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이곳에 다시 어둠이 찾아오면.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에게 짙은 밤이 찾아왔을 무렵 다시 찾아갔다. 그 만남은 몇번이고 또 몇번이고 계속 되었다. 언제나 새벽이 지나가기 직전에 그 둘은 헤어지고, 작별했다. 오이카와가 잠에 빠지는 날에도 카게야마는 계속 그 자리에 서있었다. 오이카와는 카게야마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자신이 겪는 일상들을 신기하게 여기는 카게야마를 보며, 오이카와는 이야기를 멈출 줄을 몰랐다. 카게야마는 이따금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의 이야기란 밤과, 어둠이 짙은 이야기들밖에 없어서 오이카와가 겪는, 자신은 알 수 없는 낮과 빛의 이야기들을 듣는 것을 더 좋아했다.

어느날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불러들였다. 카게야마는 어두운 그의 방에 있었다. 신이라니까 춥고 다리아프지는 않겠지만 (카게야마는 이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계속 그렇게 있기는 그러니까, 라고 오이카와는 말했다. 카게야마는 미소를 지었다. 오이카와가 처음으로 보는 미소였다. 그것도 아주 가까이에서. 오이카와의 얼굴이 붉어졌는데, 물론 그것은 어둠 속의 일이었다. 그렇지만 밤의 신은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모두 알 수 있었고. 그렇게 그들의 시간은 지속되었다. 카게야마는 새벽이 찾아오면 떠나갈 채비를 했다. 오이카와는 그런 카게야마를 붙잡으려고 해본 적도 있었다.

"나는 어둠이라, 낮에 있으면 안돼."

물론 카게야마는 단호했다. 오이카와는 아쉬워하면서 잠이 들었다. 오이카와는 원래 여름을 좋아했지만, 이제는 겨울이 좋아질 거 같다고 생각했다. 겨울은 새벽이 늦게 찾아왔다. 정말로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났다.

어느날 그둘은 새벽이 오기 전에 서로 입을 맞췄다. 어둠의 신은 그것을 두려워하는 눈치였지만, 오이카와는 그런 것을 알고도 딱히 개의치 않았다. 서로 밖에 알지 못하는 관계는 그리 위태롭지 않았다. 이따금 카게야마는 그가 빛이 찾아왔을 때에 살아가는 모습을 궁금하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밤의 신이었다. 

그리고, 그가 태어난 날, 그리고 밤이 제일 긴날이 찾아왔다. 그날 그둘은 서로를 받아들이고, 잠시 하나가 되고자 했다. 그것은 밤의 신이 매번 지켜볼 수 밖에 없던 것이었지만, 그는 그것을 처음 겪는 것이었다. 오이카와도 다르지는 않았다. 그렇게 서툴게 사랑을 나누었고, 둘은 새로운 종류의 기쁨으로에 가득 찼다. 그런 채로 둘은 서로를 끌어안은 채 이렇게 속삭였다.

"오늘은 정말로, 새벽의 끝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새벽은 끝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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