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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카게] 젖어들다

HAEY 2016. 12. 11. 23:19
[오이카게] 젖어들다
뱀파이어 오이카와 × 인간 카게야마

오이카와 토오루는 저주받은 존재였다. 

그는 그믐이 찾아올 때마다 자신이 결코 인간이 아닌, 그저 괴물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것을 처절하게 느껴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만이 저주의 다는 아니었다. 그는 영원에 속박당한 존재였다. 죽지 못하고 그저 멈추어버린, 과거에 얽매인 존재.

오이카와는 언제나 무료함을 자주 느꼈다. 그는 매우 오랫동안 살아왔기에 많은 것이 변해도 변하는 것 같지 않았다. 이따금 그는 인간세계에 스며들어, 아주 자연스럽게 살아가곤 했다. 뱀파이어는 자기 몸의 나이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었다. 물론, 뱀파이어가 되던 그 순간의 나이까지만. 그렇기에 오이카와는, 대학생 보다 더 많은 나이로 경험해본적은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살던 중에 만난 꼬마아이. 카게야마 토비오. 그 아이는 대대로 뛰어난 궁수들을 배출하던 가문의 차남이었다. 오이카와는 그 생에서 카게야마보다 나이가 두 살 많았고 물론 이전에도 많이 해보았기 때문에 궁술은 몹시 뛰어났다. 카게야마는 그런 오이카와를 몹시 따랐다. 오이카와는 그런 아이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그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주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랬기에 오이카와는 정말로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를 보고 있었다. 그리고 오이카와는 피하는 것을 포기했다. 짧은 시간이나마 이 공허를 채울 수 있다면. 오이카와는 그 대신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둘은 긴밀한 사이가 되었다.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될 존재, 라고 오이카와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알아차렸을 무렵에는 이미 늦어버렸던 것이다. 오이카와는 더 이상 카게야마를 떠날 수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카게야마. 그리고 보름이 되었다. 그날은 유일하게 그가 괴물이라는 고통에서 잠시 떨어질 수 있는 날이었지만, 그와 함께 새로운 괴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날이기도 했다.

오이카와는 망설이고 망설이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카게야마의 목덜미에 이를 박아 넣었다. 소년의 피부는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눈의 빛은 점점 탁해져갔다. 카게야마는 그렇게 정신을 잃었다. 그것은 전혀 동의가 이뤄지지 않은 행위였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카게야마는 자신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사랑하니까. 아아, 어리석게도. 

그는 자신이 죽인 가족과 친우와 그리고 주변 인물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모든 핏자국 가운데 서있는, 자신을 괴물로 만들어버린 그 괴물. 오이카와는 자신이 한 짓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지만, 그 모든 피의 원망을 그에게로 쏟아냈다. 

그는 누구였고, 나를 왜 괴물로 만들어버렸던가. 오이카와는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가 내게서 도망치기 전에 마지막으로 발악하며 나의 기억을 지워버린 거겠지. 개자식. 빌어먹을 새끼. 오이카와는 알지 못하는 그를, 오랫동안 저주했다,

신생 뱀파이어의 폭주라는 건 정말로 강력한 것이었다. 하지만 오이카와는 뱀파이어 중에서도 정말로 강했기에, 그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너무나도 안일한 것이었다. 그리고 카게야마는 눈을 떴다. 붉은 눈이었다.

카게야마는 마을 하나를 몰살했다. 오이카와가 그렇게 막으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카게야마는 너무나도, 정말 너무나도 강했다. 오이카와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오이카와는 붉은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게야마에게 공포를 느꼈다. 사랑스럽던 짙은 푸른 눈동자가 피에 물든 탁한 눈동자가 되어있었다. 토비오,  토비오. 그러나 카게야마는 그 부름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카게야마가 푸른 눈동자를 되찾은 것은 정말로 긴 시간이 지난 후였다. 적어도 오이카와에게는.

"토비오."

그리고 그 눈으로, 오이카와를 빤히 바라본다. 카게야마의 눈이 덜덜 떨리고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피는 축축하고 향이 짙었다. 그 끈적끈적한 기분 나쁜 향이 카게야마에게 잔뜩 물들어 있었다.

"오이카와씨……?"

그 말에 두려움이 가득하다. 그 처절한 눈빛이 오이카와에게 닿은 순간, 오이카와의 머릿속이 죄악감으로 가득 찼다. 저 아이를 괴물로 만들어버린 건 그였다. 이제 저 아이는, 그를 영원히 저주하게 될 것이다.

카게야마 토비오는 저주받은 존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