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Q!/[오이카게] 유예
[오이카게] 유예 2
HAEY
2016. 12. 14. 00:50
[오이카게] 유예 2
사람이 죽는 연도를 보는 오이카와 × 수명이 별로 남지 않은 카게야마
그렇지만 둘은 같은 부원이었고 마주하지 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며, 정말로 자주 부딪히고 같은 공간에 머물렀다. 게다가 둘 다 세터라는 같은 포지션이었고, 카게야마는 일찍부터 그 천재성의 싹을 드러냈다. 오이카와는 그런 카게야마의 뒷모습을 가끔 바라보고는 했다. 카게야마는 언제나 열심히 연습에 열중했다. 정말로 항상, 어떤 때이건 간에. 오이카와는 그런 후배에게 자꾸 시선이 갔다. 후배는 정말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다. 오이카와는 그런 카게야마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는 게 맞을지,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볼 때마다 고민했다.
연민, 동정, 질투.
죽어버릴 아이가 저렇게 열심히 열정을 불태운 다는 것에 오이카와는 연민을 느끼고 있었으며, 저렇게 열심히 연습해보았자 머지않아 숨이 끊어져버릴 거라는 것에 동정을 느꼈으며, 곧 죽을 아이한테 저런 재능이 있다는 것에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 저 어마어마한 재능은 저 아이에게 있기 때문에 결국 꽃피우지 못하고 사라져버리겠지. 오이카와는 그런 같잖은 질투를 하는 자신에게 조소를 던지며 그런 생각을 치워버리는 경우가 잦았다.
"오이카와상, 서브 가르쳐주세요!"
아, 또 저 소리다. 오이카와는 지겹다는 표정을 지었다. 카게야마는 처음으로 나간 대회에서 오이카와의 점프 서브가 대활약을 하는 것을 목도하고 그 뒤로 매일 그 말을 외치기 시작했다. 오이카와의 대답은 항상, 거절이었다. 싫어, 안 가르쳐 줄 거야, 그럴 맘 없어, 이제 그만 포기해, 영원히 그럴 일 없어- 수많은 말로 거절을 해보았지만, 카게야마의 지치지도 않고 빛나는 눈은 언제나 그를 찾아왔다. 처음엔 그것은 정말로, 오이카와에게 재앙과도 같았다. 그 눈을 마주치는 순간, 이 아이는 곧 죽어버린다는 것이 계속 상기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이카와는 겁을 먹었다. 처음에는 그런 이유로 그 아이를 피했지만, 곧 오이카와가 그 '봄'에 익숙해진 뒤에도, 오이카와는 결코 카게야마에게 서브를 가르쳐주려고 하지 않았다.
"야, 오이카와. 너 설마 카게야마한테 경쟁의식 있는 거 아니냐?'
그런 오이카와에게 같은 학년의 부원이 그렇게 말을 던졌을 때, 오이카와는 내가 왜? 라며 간단히 부정했다. 단 1초도 망설이지 않은 채로 나온 대답이었다. 정말로 오이카와는 천재 후배님에게 경쟁의식 따위는 느낀 적이 없었다. 누구랑 경쟁한단 말인가, 몇 년 뒤에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을 꼬맹이랑? 웃기지도 않았다. 오이카와는 정말로, 웃기지 않다고 생각했다. 가끔 오이카와는, 어차피 죽어버릴 꼬맹이인데 조금은 잘 대해줘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카게야마의 눈을 볼 때 곧 사라져버리는 호흡이 짧은 생각이었다.
오이카와는 이따금, 카게야마가 가엾어서, 너무나도 가엾고 안쓰러워서 견디지 못할 때가 있었다. 그것은 정말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감정이었다. 그것은 너무 무겁고 질척거렸으며 익숙지 않은 냄새를 풍겼다. 오이카와는 그 감정의 덩어리를 감당하지 못하고 피해버리고는 했다. 그것은 무슨 감정일까, 오이카와는 모른 척했다. 알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 상태일 때 카게야마가 서브를 가르쳐달라고 찾아오면 오이카와는 저 가엾고 안쓰러운, 그리고 자신이 -하는, 아이의 요청을 받아주고 카게야마가 미소 짓는 표정을 보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오이카와는 그런 자신이 두려웠다. 그런 순간 오이카와는 도망쳤다. 거절의 말조차 남기지 않는 것은 더 비참하게 만들지도 모르지만, 오이카와는 그 감정의 덩어리가 너무도 두려웠다. 그것이 무엇인가조차 알고 싶지 않을 정도로.
아, 잘난 천재 후배님. 오이카와는 자신을 능가해버릴 것 같은 카게야마를 마음껏 질투할 수 없다는 것이 싫었다. 자꾸만 연민과 동정이 먼저 튀어나왔다.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카게야마를 전혀 경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 자신이, 오이카와는 싫었다. 그리고 카게야마도. 너는 왜 그렇게 빨리 죽어서, 나를 능가하지도 못할 거면서, 나의 경쟁자라고 이름 붙여져 있는 거야. 오이카와는 다른 이들이 카게야마를 오이카와의 자리를 위협하는 후배라고 부르는 것이 싫었다. 모두가 둘의 관계를 선후배, 그것도 서로 경쟁상대라고 할 수 있는, 이라고 정의내리고 있다. 오이카와는 그것이 너무 싫었다. 그것은 카게야마가 그를 결코 이기지 못하고 일찍 죽어버릴 운명이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둘의 관계가 다르게 호칭되길 기대하는 마음이었을까.
카게야마는 오이카와에게 찾아온다. 그 눈을 빛내며, 서브를 가르쳐달라고 외친다. 아, 너무 싫어. 동정보다도 못마땅함이 먼저 튀어나온다. 카게야마는 언제나 오이카와를 보며 그 말만을 했다. 오이카와는 그것이 너무도- 못마땅했다.
너에게 나는 무슨 존재야, 토비오쨩?
오이카와는 그런 후배의 눈동자를 보며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눈빛을 빛내며 서브를 가르쳐주길 바라는 카게야마의 눈에 의아함과 당혹감, 고민이 스며드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러나 오이카와 토오루는 그렇게 솔직하지도 용감하지도 못한 남자였다. 그는 그 다음 말을 상상하지 않았고, 또한 그 질문을 밖으로 내뱉지도 않았다. 아니, 못 했다.
"오이카와, 너, 카게야마 싫어하는 티를 너무 내는 거 아니야?"
"뭐?"
어느 날 들려온 이와이즈미에 말에 오이카와는 눈을 크게 떴다. 분명 나를 향해 하는 말이다. 그런데 내가 언제? 오이카와는 의아함을 가득 띠운 눈으로, 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절친한 친구는 깊은 고민 끝에 내뱉은 말이었던지, 머리를 긁으며 오이카와의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농담……, 은 아니구나. 오이카와는 대체 자신이 언제 그랬는지 고민했다.
"서브야 안 가르쳐줄 수 있지만, 너무 못마땅한 티를 내는 건 부원들 간에 안 좋은 분위기를 심어줄 수 있으니까말이야."
그렇게 말을 건네고 뒤돌아선 이와이즈미의 뒷모습을 멍히 바라보던 오이카와는, 어느 순간 자신의 손에서 미끄러져내린 배구공이 체육관 바닥에 튕기는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렇게 내가, 못마땅해 했다고? 오이카와는 꽤나 충격을 받아서,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난 뒤로 멍하니 홀로 서 있었다. 나는 정말 걔를 신경 쓰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아, 오이카와는 참으로 자기 자신에게는 둔했던 모양이었다.
오이카와는 그날 밤, 카게야마의 꿈을 꾸었다.